여행을 떠날 땐, 목적이란 걸 딱히 말하지 못했다. 무계획이 무계획인 줄도 몰랐고, 계획인 줄도 몰랐다. 그런데 두 달쯤 지나니, 나는 이 여행이 나를 더 선명하게
만들어줬다는 걸 안다.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, 불편해하는지, 어떤 공간에 머물고 싶고, 어떤 사람 곁에 있고 싶은지. 어렴풋하던 나의 취향과 태도가 구체적인 얼굴을 갖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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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획과 무계획 그 사이에서 덜컥 떨어진 로마에서 지금까지.
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큰일이다 생각한, 닿지 않던 발. *본문에서